피플

[인터뷰] 두 번 기록하는 삶, 서예화

2022-05-02 22:45:48

서예화는 일상에서 곧 사라질 찰나의 순간으로 자신을 품어낸다. 어렴풋이 그려온 중대함을 기록하며.

[박찬 기자] 화려할 것만 같던 연기자들의 출발점은 쉽게 채우기 힘든, 공허하고 불안한 현실 속에서 시작된다. 배우 서예화의 지난날 또한 꼭 그랬다. 이 세상은 본래 큰 존재보다 작은 존재가 버텨내야 할 힘이 무겁고 날카롭기에 그의 삶 속에는 언제나 잔잔함보다는 치열함이 앞섰고, 느슨함보다는 단단함이 드리워졌다.
이렇듯 텅 빈 밤, 어둠 같던 침묵을 보냈던 그에게 연기란 치열하고도 단단한 삶의 흔적이자 그 자체의 너울이었다. SBS ‘편의점 샛별이’에서 찰진 평양 사투리를 보여줬던 ‘황금비’, tvN ‘빈센조’에서 당당하고 굳센 역할을 그려낸 ‘장연진’, KBS ‘꽃 피면 달 생각하고’에서 주인공의 적극적인 서포터로 움직였던 ‘천금’까지, 자신의 삶과 더불어 배역으로서의 삶까지 선명히 기록해나간 그.
“한 명의 배우가 아닌 하나의 배역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물론 연기를 하다 보면 배우로서의 욕심이 들 때가 있지만, 그 마음 이전에 이 배역이 가진 참된 모습을 고민하는 것이 목표에요” 넷플릭스의 신작 ‘종말의 바보’로 출연을 예고한 서예화는 복귀에 앞서 지금까지의 여정을 되짚어나갔다. 세상과의 이야기와 작품 속에서의 이야기, 그렇게 하루 두 번 마음에 마음을 담아 기록하는 창작자의 심정으로.
Q. 인생 첫 화보 촬영이라고 전해 들었다. 카메라 앞에서 힘들진 않았나 
“무척 떨렸다. 아직 너무 낯선 환경이다 보니 쉽지는 않았지만, 관계자분들의 도움 덕분에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다. 색다른 즐거움이었다(웃음)”
Q. 평소 시도해보지 못했던 스타일링이었을 텐데 
“맞다. 평소에는 편한 옷차림을 선호한다. 작품에 돌입할 때도 이렇게 화려한 의상을 입었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촬영 자체가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Q. 넷플릭스 ‘종말의 바보’에 출연한다고 들었는데 촬영은 잘 진행 중인지
“물론이다. 김진민 감독님과는 tvN ‘무법 변호사’, 넷플릭스 ‘인간수업’ 이후로 3번째 작업이다. 사실 나 자체가 긴장을 많이 하는 성격이고, 너무 존경하는 감독님과의 작업이다 보니 무척 떨리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된 것 같다”
Q. 그 감독님과의 촬영이기 때문에 유독 떨리는 건가
“그 부분도 있지만 이번에 맡게 된 인물이 아직은 완성해내기 어려운 요소가 있다. 물론 어려운 만큼 훨씬 깊이 있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겠지만 말이다. 더 나은 결과물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Q. 그동안 접해왔던 장르가 아닌 만큼 설렘이 클 듯한데
“그런 듯 하다. 처음에는 설렘이 80%였다면, 지금은 두려움이 80% 이상을 차지한다(웃음). 그동안은 유쾌한 느낌의 인물들을 주로 맡아 왔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조금 다른 느낌의 역할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직 작품 내 인물의 특성을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고”
Q. 2020년 SBS ‘편의점 샛별이’의 ‘황금비’ 역을 통해 서예화를 처음 접한 이들이 많다. 본인에게는 어떤 의미의 작품으로 남았는지 궁금하다
“방송 출연 당시에는 시청자분들의 반응을 전혀 예상치 못했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정말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더라. 사실 촬영 초반에는 연극 무대와 작품 촬영, 그 사이에서 오는 괴리감이 있었다. 당시 작중 상대 역이었던 음문석 배우님에게 여러 가지 조언을 받았는데, 그게 결과적으로 이 세계를 다시 한번 사랑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음문석 배우님은) 내게 너무나 값진 인연이다”
Q.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드라마 작품 촬영에 처음 돌입했던 순간을 기억하나
“당시로선 매일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불안함이 컸던 것 같다. 분명 ‘연기’라는 요소는 같을 텐데 연극에서 드라마로 양식이 달라졌다는 이유로 적응하기 쉽지 않은 거다. 다행히 김진민 감독님께서 잘 도와주신 덕분에 무사히 촬영을 끝마칠 수 있었다. 많은 연극배우들이 작품 활동에 나설 때 비슷한 과정을 겪는다. 처음에는 물론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좋은 감독님을 잘 만난 덕에 적응할 수 있었다. 내게는 은인 같은 분이다”
Q. 그래도 다행히 그 과정 안에서 적지 않은 흥미를 찾은 듯한데, 연극, 뮤지컬과 비교했을 때 드라마 촬영은 어떤 부분이 다른가
“꽤 많은 부분이 다르다. 아직 무대에 있던 시간이 더 길다 보니 아무래도 (무대가) 더 익숙하다. 제작진 분들이 무대를 위해 힘써주시긴 하지만, 해당 출연진이 그 현장에 곧바로 던져지지 않나. 역할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책임감이 더 커지는 느낌이다. 그에 비해 방송은 한 장면을 완성하기 위해 수많은 스태프 분들이 힘써준다는 점이 다른 것 같다. 각각 상반된 매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 재밌다”
Q. tvN ‘빈센조’에서는 송중기, 전여빈, 곽동연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과 함께했다. SNS를 보니 지금도 서로 응원하며 지내는 것 같더라
“물론이다. 지금도 모임이 있다면 당장 달려가고 싶을 정도로 반가운 동료들이다.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는 게 실감이 안 날 때가 있다. 앞으로도 이렇게 애틋한 팀은 만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촬영 시작 때부터 끝날 때까지 헤어짐에 대해 다들 두려워했던 것 같다. 그만큼 서로가 서로에게 뜻깊은 관계였기 때문에”

Q. 과거 한 인터뷰에서 최고로 호흡이 좋았던 작품으로 ‘빈센조’를 꼽지 않았나. 촬영장 속 긴장감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처음으로 촬영장에서 긴장을 안 했던 것 같다(웃음). 특히나 동료로서 너무나 사랑하고 동경하는 양경원 배우님과 부부로 함께 출연했기 때문에 더 편안했다. 10년 동안 무대를 함께 선 만큼 항상 든든한 감정이 들더라. 당시 촬영에 들어가기 전, 감독님께서 ‘다른 건 약속할 수 없지만, 이 촬영장에서는 평소보다 더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조언해주신 적이 있다. 그게 그대로 들어맞았다는 게 신기하다. 아무래도 감독님께서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우리들의 합이 잘 맞을 거라고 예상했던 것 같다” 
Q. 박재범 작가의 전작 KBS2 ‘김과장’에 특별출연한 적도 있다고 들었다. 작가와의 인연이 맞닿아 ‘빈센조’를 촬영하게 된 건가
“사실 ’김과장’에서의 단역으로 인해 ‘빈센조’를 촬영하게 된 건 아니다(웃음). 박재범 작가님과 ‘빈센조’로 다시 조우했을 때 서로 무척 반가운 마음이었다. 덧붙이자면, ‘김과장’은 드라마에 대해 하나도 모르고 있던 시점에 잡힌 기회였는데, 지방 공연을 다녀오던 중 밤 늦게 캐스팅 디렉터님의 전화가 온 거다. 간단한 장면 촬영을 위해 다음 날 아침까지 인천에 와줄 수 있냐고 물어보시더라. 제작진분들도 다 초면이고 드라마 촬영 경험도 없었을 때지 않나. 쉽지 않은 환경임에도 대본은 계속 수정돼 적응하기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Q. 갑작스러운 제안에도 곧바로 달려갈 만큼 작품에 대한 열망이 남다른 듯 한데
“당시로서는 작품에 대한 열망, 욕심보다는 호기심이 더 컸던 것 같다. 옛날부터 동경해왔던 극단 선배님들께서 이미 (드라마에서) 너무나 멋진 활약을 보여주고 계시지 않나. 그렇게 즐기는 모습을 지켜보니 한 번쯤 이 세계에 꼭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2008년 창작 뮤지컬 ‘카렌과 빨간 구두’로 데뷔한 이후 ‘사랑을 이루어 드립니다’, ‘그대와 영원히’,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등 다양한 작품에 몸담았다. 과거 고등학생 때부터 연극을 좋아해 20살 때부터 무대에 오르기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처음 무대에 나섰던 때를 기억하는지 
“연기자가 되기 이전에는 갈라 콘서트에서 백업 댄서 생활을 오래 지속해왔는데, 사실 그땐 배우가 아닌 태퍼가 되고 싶었다. 그러다가 사고가 난 뒤 그 꿈을 접게 되었고, 재활이 다 끝난 이후부턴 새로운 꿈을 바탕으로 다시금 무대에 올라서게 됐다”
“당시 첫 무대 관객이었던 엄마와 아이의 모습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무대에 올라 처음으로 관객을 마주한 순간, 그들이 활짝 웃는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 행복감을 발견한 직후 나를 둘러싸던 긴장감, 부담감 모두 다 잊었던 것 같다. 그 웃음 하나면 모든 걸 극복할 수 있다는 마음이 들었다”
Q. 드라마 촬영이 한창인 지금도 여전히 무대에 욕심이 있나
“너무나 간절하다. 물론 드라마 촬영 현장에 몸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정말 영광스럽지만, 무대가 주는 에너지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방송 출연을 거듭하면서 나 스스로 발전을 해야 하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 무대 활동은 내게 큰 에너지와 공부가 된다. 좋은 기회가 온다면 (무대 활동에) 다시 한번 나서보고 싶다”
Q. 방송과 무대 활동을 병행하기엔 체력적으로 큰 부담이 될 것 같은데 
“물론 쉽지는 않지만 ‘빈센조’ 촬영을 하며 그렇게 병행했던 적이 있다. 양측 제작진분들께서 배려해주신 덕분에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아마 무대를 경험해보셨던 분들은 모두 나와 같은 마음일 거다. 무대 활동만큼은 앞으로도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다”
Q. 당시에 힘들었던 부분은 없었는지
“그런 건 전혀 없었다. 오히려 내 인생에 꼭 필요한 버팀목이 되었다(웃음)”
Q. 고등학생 때 대학로 소극장에서 배우 진선규가 공연하는 걸 보고 배우의 꿈을 갖게 됐다고 들었다. 연기자로서 성장하며 많은 조언을 받았을 것 같다
“선규 선배님은 내가 부족한 부분이 많더라도 항상 좋은 마음으로 북돋아주시는 분이다. ‘너는 이런 모습이 너무 좋아’, ‘너는 이런 모습이 최고야’라고 연신 말하며 그 사람의 강점을 최대치로 이끌어주시곤 한다”
Q. 천사 같은 선배라고 해야 할까
“정말 그런 것 같다. 연기적인 부분뿐 아니라 일상에서의 태도, 성품 모두 닮고 싶은 선배님이다. 나 또한 선규 선배님처럼 언제 어디서든 우리가 가진 에너지와 행복감을 나눠줄 수 있는, 그런 연기자가 되고 싶다”
Q. 배우 진선규는 오랜 기간 단역으로 얼굴을 비추다 ‘범죄도시’를 통해 비로소 첫 남우조연상을 수상하지 않았나. 당시 후배로서 그 감회가 남달랐을 듯한데 
“그날의 기억이 지금도 너무나 생생하다. 나를 비롯해 당시 대학로 배우들 모두가 함께 울었다. 개인적으로 너무 동경하는 선배다 보니 그가 인정받았다는 것 자체만으로 너무 감사하고 뜻깊더라. 그만큼 강렬했던 기억이다”
Q. 작품과 작품 사이에 쉼표가 길지 않다.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궁금한데
“‘나무액터스(웃음)?’ 소속사 관계자분들의 힘이 컸다. 그리고 애초에 집에서 쉬는 걸 못 견디는 타입이다. 최근 KBS2 ‘꽃 피면 달 생각하고’가 끝난 뒤 2달 정도 휴식 기간을 가졌는데, 처음엔 너무 좋았지만 그 이후에는 슬슬 안 되겠다 싶더라. 그래서 곧바로 다시 움직이게 됐다”
Q. 조급한 감정이 들었나보다
“내 안의 에너지가 확 꺼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게 꺼지면 다시 불태우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지 않나. 게을러지는 그 기점이 싫다”
Q. 출연작 선택에도 굉장히 신중할 듯한데 그에 대한 기준이 있다면
“키워드로 얘기하자면 ‘호기심’. 이 작품과 캐릭터가 내게 얼마만큼의 호기심을 줄 것인지, 얼마나 매력적인지 눈여겨보는 것 같다. 만약 이 작품이 너무나 매력적이라면 배역 자체가 크든 작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 안에서 하나의 조각을 구성하는 것만으로도 뜻깊은 의미니까.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작품이 아닌 배역 자체가 매력적인 경우라면 일단 도전해보는 편이다”

Q. 요즘에는 배우에게 다양한 형태의 캐릭터를 요구하는 시대이지 않나. 캐릭터를 소화하는 나만의 전개 방식이 있다면
“사실 아직도 확실히 못 찾고 있긴 하지만, 캐릭터의 성향과 특성을 여러 방면으로 연구하곤 한다(웃음). 예를 들어 나 같은 경우는 작품 속에서 특수적인 직업을 갖는 경우가 많지 않나. 촬영에 돌입하기 전 그들의 직업적 특성, 환경을 면밀히 분석해보는 거다. 주변에서는 이런 모습을 본 뒤 내가 불필요한 에너지를 쏟는다고 조언해주곤 하지만, 이 과정을 밟아야 확실히 덜 불안한 것 같다. 그러고 나면 촬영장에서 표현해야 할 얼굴들이 천천히 그려진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어느 순간 중압감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다름’에 집착하는 게 좋지 않다는 것을 느낀 이후 조금씩 나 자신을 내려놓고 있다”
Q. 연극, 뮤지컬, 드라마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그간 힘들었던 경험이나 시간에 대해 추억해보자면
“공백기를 자주 갖는 타입은 아니지만 딱 6개월 정도 쉬었던 적이 있다. 공연도 못 하고 오디션도 계속 떨어졌던 그때. 누군가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습관 중 하나는 효율적으로 공백기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하더라. 나 또한 여전히 그것을 경계하고 유념하려 한다. 내게는 6개월의 공백기가 그만큼 회의감을 많이 느꼈던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Q. 힘든 기간 중 배우가 아닌 다른 길을 생각해본적은 없나
“할 줄 아는 일이 하나도 없다(웃음). 그런데도 또 다른 꿈을 꼽자면 글을 써보는 것. 워낙 독서와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언젠가 죽기 전에는 꼭 한번 글을 써보고 싶다”
Q. 어떤 종류의 책을 좋아하는 편인가
“한 가지로 규정지을 수 없지만 최근에는 에세이 종류의 책을 많이 접하는 편이다. 여행이나 우주과학에 관한 도서도 좋고”
Q. 배우로서 가장 성장했다고 느낄만한 작품
“‘빈센조’가 아닐까 싶다. 사실 작중 내 역할이 누군가에게는 빛나 보이지 않았을 수 있지만, 촬영하는 8개월 동안 스스로 너무 많은 것을 배웠다. 중기 선배님, 여빈이, 주조연 배우 할 것 없이 제작진 모두가 하나로 화합되는 것을 보고 나니 정말 가슴 벅찬 감정이었다. 배우는 연기만 잘한다고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화합을 이뤄야 한다는 점, 그것을 깨달았다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큰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고 느낀다”
Q. 때론 자신이 연기하고 있는 캐릭터의 영향을 받는 배우들이 있다고 하더라. 본인의 경우에는 그런 경우가 없었는지 
“그런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어떤 분이 내게 ‘자기 자신을 무척 사랑하다 보니, 배역이 현실의 나를 침범하기 이전에 스스로를 지켜내는 것 아닐까’라고 말해주더라. 그런 걸 보면 나는 배우로서의 모습과 나 자신의 모습을 철저히 분리하는 편인 듯싶다”
Q. 내가 알기론 아직 영화 출연작이 없다고 들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했다
“그런 이유는 전혀 없다(웃음). 당연히 무척 도전해보고 싶은 영역이다. 아무래도 드라마 촬영으로 방송 활동을 시작했다 보니 지금까지 쭉 (방송을) 이어온 게 아닐까 생각한다”
Q. 최근 가장 인상 깊게 본 영화는 무엇인지
“샘 멘데스(Sam Mendes) 감독의 ‘1917’. 전쟁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화려한 CG나 액션이 아닌 휴머니즘적인 서사가 빛났다. 현실적인 카메라 무빙 속에서 전쟁이 빚어낸 참혹함, 비통함이 유독 더 크게 돋보였던 것 같다”
Q. 영화 전체를 하나의 롱테이크처럼 연출해내서 더 생생하더라
“맞다. 너무 신기해서 관련된 정보를 하나하나 찾아봤다(웃음). 영화가 개봉한 지 꽤 오래되었는데 비교적 늦게 접하게 됐다”
Q. 배우를 수식하는 데에는 여러 단어가 있다. 본인이 생각할 때 좋은 배우란 어떤 인물을 의미한다고 느끼나
“한 명의 배우가 아닌 하나의 배역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 연기를 하다 보면 배우로서의 욕심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그 마음 이전에 이 배역이 가진 진짜 모습을 고민하는 것이 우선적이라고 느낀다”
Q. 그 말뜻은 무조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배우가 아닌, 그 자리에 서서 자신의 몫을 드러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의미일까
“그렇다. 그런 의미다(웃음)”
Q. 외동딸이라고 들었다. 배우가 아닌, 친구와 딸로서의 서예화는 어떤 모습일까
“대답하기 쉽진 않지만 나 같은 딸이 있다면 정말 답답할 것 같다. 친구로서도 마찬가지고(웃음)”
Q. 친구들과 만나면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나
“술이 전혀 몸에 맞지 않기 때문에 주로 커피를 마시는 편이다. 가장 친한 친구인 여빈이와 만나면 거의 커피 마시거나 공연을 보러 간다. 남들이 보기엔 정말 재미없을 거다(웃음)”
Q. 전여빈 배우는 어떤 스타일인지 궁금하다
“이상한 매력이 있는 친구라고 해야 할까. 가장 가까운 사이에 있지만 정말 멋지고 수수한, 존경할만한 친구다. 스타에 대한 의식도 전혀 없고, 누구를 만나든 똑같은 기준으로 대하고 똑같은 위치에서 바라본다. 이 친구와 대화할 때 가장 재밌는 것 같다”
Q. 롤모델이나 나의 연기 활동에 자극을 주는 이를 꼽자면
“진선규 선배님과 이정은 선배님. 연기에 대한 태도가 늘 순수하고 열정적인 분들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 지속해왔으면서도 변함없는 모습인 점 또한 너무나 멋지다. 나 또한 이분들처럼 연기 앞에서 일관적인 모습으로 남고 싶다”
Q. 살아가면서 나 자신을 가장 크게 성장시킨 경험이 있나
“최근에 처음으로 혼자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사실 그동안은 먹고 살기 바빴기 때문에 여행을 한다는 것은 꿈꿀 수도 없었다. 그저 여행이란 낭비와 사치의 개념이라고 여겨왔던 것 같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생각이지 않나.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명동에서 밥을 먹으러 가고 싶은데 내가 무엇을 먹고 싶고,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는 거다. 나이 30살이 넘어서도 나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걸 그때 느꼈다. 이번에 혼자 여행을 떠나보니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들이 정말 많더라.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다시금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Q. 스스로한테 격려하듯 하는 말이 있다면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 나뿐만 아니라 타인을 이해할 때도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그 사람도 본인의 행동을 드러낼 때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나. 처음에는 어렵지만 이 말을 되뇌다 보면 그 부분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Q. 추후 계획
“이번 ‘종말의 바보’ 촬영을 통해 더욱더 발전된 모습으로 찾아뵙고 싶다.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
에디터: 박찬
포토그래퍼: 윤호준
의상: COS, 자크뮈스(Jacquemus), 배리(BARRIE)
슈즈: 생로랑, 브리아나, 솔트앤초콜릿
스타일리스트: 박선용 실장
헤어: 로앤로우 우정 실장
메이크업: 로앤로우 지수 원장
bnt뉴스 기사제보 parkchan@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