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터뷰] 픽보이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박찬 기자
2021-09-16 14:41:00

[박찬 기자] 픽보이는 상상할 때 가장 빛이 나는 사람이다. 어제처럼, 그리고 오늘처럼.
“무슨 일이 있어도 음악으로 성공해야겠다는 마음, 그 절실함 밖에 없었죠” 생각해보면 이제 막 시작점을 지났을 뿐이다. 하지만 부족한 만큼 바라고, 바라는 만큼 쟁취하는 것이 초심자의 목표라면 픽보이(Peakboy)의 1막은 의지로서 충분히 그 값어치를 증명해냈다.
2018년 3월 EP ‘Portrait’을 시작으로 ‘여전해’, ‘Walk’, ‘Anywhere’ 등 감성적인 곡을 선보인 픽보이는 지난 7월 ‘교포머리’를 통해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고, 그 덕분에 상상 속 지점을 넘어 현실이라는 궤도에 들어섰다.
“이젠 나 자신, 주변 사람들과 내 음악까지 지키고 싶은 책임감이 생겼어요” 그런 면에서 픽보이는 결코 하나의 지점에 머무르는 법이 없었다. 매일, 매달, 매년에 걸쳐 이룩한 발걸음은 조심스럽지만 확연한 보폭으로 그 절실함을 채워나갔다.
촬영장에서 직접 마주한 픽보이는 강렬한 외면과는 다르게 소탈하고 진솔한 매력을 한껏 품고 있었다. 아침, 오후, 새벽을 배경으로 한 3가지 각각의 콘셉트에서 본연의 얼굴을 꺼내 들기 시작했고, 그 낯선 세계를 고스란히 맞이했다.
Q. 아침 공기의 나른함, 오후 시간대의 옅은 미소, 새벽 속 센슈얼함까지. 픽보이의 진짜 얼굴을 오늘 드디어 발견할 수 있었다
“감사하다(웃음).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화보 촬영 때마다 항상 신경을 많이 쏟는 편이다. 일상 속이 아닌, 특별한 공간에서의 얼굴을 담아냈다는 점에 더욱 와닿았던 것 같다”

Q. 얼마 전 최우식의 데뷔 10주년을 기념한 곡 ‘품’에 작곡&피처링으로 지원 사격했다. 함께 해준 팬들에 대한 감사함을 녹인 곡인 만큼 한층 더 서정적인 멜로디가 돋보였는데
“우식 씨가 내게 처음 찾아왔을 때부터 ‘팬들을 위한 노래’를 부탁했다. 프로듀서 입장에서 그 친구가 어떤 장르를 하고 싶고, 어떤 무드의 곡을 원하는지 가장 중요하지 않나. ‘품’이라는 곡은 우식 씨가 내게 곡을 맡기고 찾아오기 30분 전에 만든 곡이다. 곡 작업을 하면서 우식 씨에 대해서 여러 방면으로 알아봤는데 공식 팬클럽 이름이 ‘늘품’이더라. ‘품’이라는 단어 자체가 따뜻하게 다가오기도 했고, 이런 서정적인 무드가 그 친구와 매우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순수하고 진정성 있는 그런 모습 말이다. 우식 씨도 노래에 대한 욕심도 은근히 많은 편이라서 녹음 작업을 굉장히 오래 했고, 곡을 받고 난 후 정말 마음에 들어 했다”
Q. 어쩌다 피쳐링까지 지원하게 된 건지 궁금하다
“사실 그 친구의 팬들을 위한 곡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웠지만 직접 부탁을 들은 이후 고민 끝에 승낙하게 됐다. 내가 부르는 파트는 나의 팬들에게 바치는 내용으로, 곡 전개가 조금 달라진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거다”
Q.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곡 작업을 쉽게 맡기진 않을 텐데 친구들 사이에서 신뢰감이 상당한가보다
“그것도 그렇지만 사실 우식 씨가 음악을 굉장히 좋아한다. 평소에 메인스트림 뿐만 아니라 서브컬쳐 음악까지 섭렵하고 있어서 이와 관련된 내용을 대화로 많이 나누는 편이다”
Q. 2018년 3월에 처음 발매했던 EP ‘Portrait’, 개인적으로 ‘THINK ABOUT YOU’는 타이틀 곡보다 더 와닿는 곡이었다. 만들게 된 특별한 배경이나 사연이 있을까
“어쨌든 이별 얘기지 않나. 누구나 경험해 볼 만한 이별 얘기라서 별로 다를 건 없다. 당시 합정역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머릿속에서 멜로디 하나가 안 없어지는 거다. 그 길로 작업실에 가서 만든 곡이 바로 ‘THINK ABOUT YOU’다. 이렇게 단기간으로 제작한 음악이 누군가에게는 고민 없이 쓴 곡이라고 생각들 수 있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직관적이고 솔직한 음악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오히려 애정이 더 가는 것 같다”
Q. 2018년이면 3년 전이지 않나. 89년생인데 상대적으로 조금 늦은 나이에 첫 EP를 발매한 듯한데 이전에는 프로듀서 활동만 했던 건가
“24살에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서 26살까지 작곡 활동을 하다가, 잠시 군대를 다녀온 이후 1년 동안 나름대로 힘든 시간을 겪고 첫 EP를 준비했다. 내게 매우 절실한 만큼 중요한 기간이었다”
Q. 픽보이의 군 생활에 대해서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더라
“강원도 화천의 한 포병 부대에서 생활했다. 오늘도 군대 동기들이랑 연락을 나눌 정도로 좋은 인연들을 맺어 아직까지 친하게 지내고 있다(웃음)”
Q. 이후 ‘여전해’, ‘Walk’, ‘Anywhere’에서 잔잔한 무드를 차례로 선보이다가 갑작스레 ‘교포머리’를 공개했다. 확 달라진 템포&무드에 대해 고민은 없었나
“정말 솔직하게 말하면 곡 발매 때마다 대중들의 반응을 예상하고 고민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사실 난 내 색깔을 이미 이해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지는 못했다고 느낀다. 그래서 편하게 제안해보는 거다. 이번 여름엔 이런 힙한 음악 어떨까, 요즘엔 발라드가 트렌드니까 이건 어떨까 생각하면서 말이다. 기분에 따라 만들어지는 음악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따로 없었다”
Q. 자기 자신을 생각할 때 슬로우 템포나 소프트한 느낌의 곡을 좋아하는 편인가
“굳이 생각해보면 베이스가 R&B 기반이긴 하지만, ‘이게 내 색깔이다’라고 정의해본 적은 없던 것 같다”
Q. 본인의 음악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어떤 차별성을 지니고 있다고 느끼나
“내 음악을 대중들이 들었을 때 그 직후 어느 정도 납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자연스럽게 느껴져야 좋은 음악인 거고. 그런 것에 있어서 차별성을 추구한다”
Q. YG 연습생 출신이지만 춤을 잘 추지 못해 그만두었다고 들었다. 이번 ‘교포머리’ 안무를 준비하면서 적지 않은 노력을 쏟아부었겠다
“맞다. 당시엔 UCC 오디션 같은 게 많았다. 그중 한 플랫폼에 영상을 올리고 나서 연락이 바로 온 거다. 나는 당시에 보컬로만 승부를 보고 싶었는데 춤을 시켜서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내 성격 자체가 하기 싫은 걸 잘 안 하는 편이다. 흥미가 붙기 전에 어느 정도의 의지가 있어야 열심히 할 텐데 그때를 돌아보면 그게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반면에 이번 ‘교포머리’에서는 안무가 있을 때 더 플러스 효과가 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분명 춤은 아직도 내게 어려운 과제이지만 그것을 통해 많은 분들께서 즐겨주신다면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과제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 책임감의 차이라고 해야 할까”
Q. 뮤직비디오 속 등장 배우들도 화제였다. BTS의 뷔부터 시작해서 배우 박서준, 최우식, 박형식 등 모두 총출동하지 않았나.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한자리에 모이기 쉽지 않았을 텐데
“사실 설득한 적은 없다. 친구들이 워낙 음악을 좋아해서 ‘한번 참여해볼래?’라는 식으로 가볍게 제안했다. 사실 친하다고 해서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는 게 당연한 건 아니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 큰 고마움을 느낀다. 다들 바쁜 친구들이라서 그런지 시간 맞추기 정말 힘들었지만 다행히도 하루에 모든 촬영을 끝마칠 수 있었다”

Q. 그러면 한자리, 한시간에 다 모여서 촬영했던 건가
“그건 아니다. 나는 그날 하루 종일 촬영장에 있었고, 친구들은 시간에 맞춰서 한명 한명 교대하며 출연했다(웃음). 앞서 말했지만 정말 감사한 부분이라고 느낀다. 그만큼 내가 열심히 활동해서 성장하는 게 보답하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그게 그 친구들이 바라는 거니까”
Q.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 ‘교포머리’는 만족하는 편인지
“곡을 만들고 나서 만족하지 않으면 안내는 편이다. 어느 날 샵에서 머리를 하고 거울을 봤는데 너무 멋진 거다. 그래서 그냥 단순히 ‘교포머리처럼 멋있다’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곡의 모티브가 되었다”
Q. 교포머리는 정말 교포들이 할 것 같은 머리라서 그렇게 칭한 건가
“맞다. 어렸을 때 우리 동네에서는 다들 이런 헤어 스타일을 ‘교포 머리’라고 칭했다. 곡의 모티브가 나오자마자 드럼 라인과 베이스 라인, 훅 모두 한꺼번에 구상됐던 것 같다”
Q. 만약에 코로나바이러스가 터지지 않았더라면 공연에서 엄청 인기를 끌 음악일듯한데 아쉬움이 크겠다
“물론 아쉽지만 나만 아쉬운 게 아니라 예술하는 분들 모두 그렇기 때문에 고민을 계속 가져갈 생각은 없다. 오히려 코로나바이러스가 잠잠해졌을 때 내가 공연장에서 틀 수 있는 음악이 많아지게 되는 셈이니 나쁜 의미로만 볼 수 없다”
Q. 물론 본인들은 단순히 편한 분위기로 만나는 거겠지만 ‘우가패밀리’는 톱스타들의 ‘어벤져스 모임’으로 불리곤 한다. 그래미, 아카데미, 마블이 다 모이지 않았나. 하지만 친목 모임인 만큼 이런 수식어가 항상 반갑게 들리진 않을 것 같다. 얼핏 ‘상류층의 모임’으로 들릴 수도 있으니까
“사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다 같이 모인 지는 정말 오래됐다. 우리는 만났을 때 한 번도 그런 걸 의식해본 적 없다. 그냥 여느 친구들처럼 보드게임도 하고, 커피 마시고, 쇼핑도 하면서 단순한 대화를 하는 편이다. 그런 걸 보면 ‘상류층 모임’의 모습과는 거리가 매우 멀다. 물론 그런 말이 나온 게 이해는 된다. 대중들이 보시기에 다양하게 활동하는 친구들이다 보니까 그렇게 느끼실 수도 있지만 그 친구들과 나 모두 그런 생각은 전혀 없다”
“덧붙여서 그 친구들에게는 고마움이 크다. 유명해서 고맙다는 뜻이 아니라, 서로 다른 분야이지만 고민거리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사이라는 것에 고마움을 느낀다. 나 또한 그 친구들의 고민들을 들어줄 수도 있고. 그런 공감 자체가 같은 직업군이 아니면 힘들 수도 있지 않나. 서로 조언이 필요하다면 조언도 해줄 수 있는, 이런 관계 자체가 축복인 것 같다”
Q. 편한 모임 장소에서 촬영한 사진 하나하나가 매스컴에 올라가면 의도치 않게 부담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언론에 대해 그렇게 신경 쓰인 적은 없지만 조심스러운 부분은 있다. (박)서준이 같은 경우에는 내가 맨 처음 MBC ‘놀면 뭐하니?’에 나왔을 때 열 번 넘게 돌려볼 정도로 내 방송 생활에 관심이 많다. 이 정도로 서로 관계가 깊다 보니 혹시 내가 그 친구에게 누를 끼치지 않을까 더 조심하게 되는 거다. 우리 일 자체가 행동 하나하나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지 않나. 내 친구들에게도 피해가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평상시 언행에 매우 주의하는 편이다”
Q. 그들의 조언에 어떤 영향을 받는 편인가
“사실 조언을 들었을 때 어찌 됐든 판단은 내가 하는 것이지 않나. 물론 고마운 부분이지만 해결책이 아닌 영향을 주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굳이 말씀드릴 수 있는 조언이 있다면 서준이와의 일화다. 맨 처음에 방송 프로그램을 나갔을 당시 ‘연예인’이라는 직함을 쓰게 되는 것이 굉장히 어색한 거다. TV에서만 보던 사람들이고, 나한테 어울리지 않는 옷이라고 생각해 불편했던 것 같다. 이 고민을 서준이에게 털어놓으니 그 친구가 ‘너도 이제 연예인이야’라고 말해주더라. 그 말뜻은 내가 성공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너조차도 연예인이라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 언행이 조심스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라는 의미였다. 서준이가 연예계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조언이라고 느꼈다”
Q. 그때부터 쭉 언행을 조심하고 있는 건가
“아무래도 그렇다. 조심한다는 뜻이 절대 방어적인 자세로 일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어의 선택이나 뉘앙스에 대해서 조심하는 편이다”

Q. 고깃집부터 뷔페, 택배 상하차 등 대부분의 아르바이트를 경험해봤다고. 본격적으로 음악에만 집중하게 되던 시기는 언제부터인지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했을 때, 아니 음악으로 생을 마감할 자신이 들었을 시기가 24살이었다. 그때 1년 동안 택배 회사 상하차 일로 모은 돈으로 작업실 월세 비용을 충당했다. 합정동에 정말 조그맣게 만들어 놓은 작업실이었지만 주변 친구들은 내가 서울에 진출해서 성공했다고 치켜올려 세웠던 기억이 난다(웃음)”
Q. 그 과정에서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나
“사실 부모님께서는 아들에게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느끼셔서 항상 미안해하셨다. 부모님 마음이 다 비슷하지 않겠나. ‘너 하고 싶은 대로 살고, 너는 이미 아티스트다’ 이런 식으로 다들 응원해주시는 분위기였다”
Q. 그러면 고등학생 때부터 음악에 관심은 쭉 있었던 건가
“물론이다. 내가 초등학생 때 부모님께서 노래방을 운영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부터 나는 이미 음악 콘텐츠라던지 뮤직비디오에 쉽게 접혔던 것 같다. 나는 외아들이기 때문에 엄마 아빠를 뵙기 위해서는 노래방에 무조건 갔어야 했고, 그때마다 조그만 방에 들어가 Mnet을 즐겨 봤다. 뮤직비디오나 음악 방송을 자주 보다 보니 자연스레 아티스트들의 곡들도 접하게 되고, 그들이 입은 의상에도 관심을 쏟게 되었다”
“그때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이 처음 나왔을 때라서 친구들한테 보여줬던 기억이 난다(웃음). 흑인 음악을 정말 좋아해서 그때 모았던 음반이 꽤 많다”
Q. 부모님이 노래방을 운영하면서부터 음악을 처음으로 접했던 건가
“생각해보면 그렇다. 동시에 되게 외로운 기억으로도 남는 것 같다. 부모님을 뵙고 싶기 때문에 부모님의 일터인 노래방을 가야 했고, 골방 같은 공간에서 혼자 음악을 들었어야 했다. 그때 회상을 하면 좁은 공간에서 홀로 있었던 기억밖에 없다. 어찌 보면 좋지만은 않은 기억이다. 그때는 남들과 조금만 달라도 엄청 예민한 시기이지 않나. 부모님이 노래방을 운영하신다는 점이 당시에는 괜히 부끄럽고 창피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철없는 행동이었지만 말이다”
Q. 곡을 만들 때는 어떤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편인가
“곡을 만드는 데에 있어서 굉장히 직관적인 스타일이다. 갑자기 떠오르는 멜로디에 여러 가지 요소를 추가해보는 편이기도 하고. 음악을 만드는 것 자체는 굉장히 재밌는 과정이지만 결과물을 음원 사이트나 유튜브 플랫폼에 게시할 때는 사실 아무래도 평가받는 느낌이 크다. 결과물에 대해 선플이 있을 수도, 악플이 있을 수도 있는 거니까. 거기에 대해서는 부담감을 조금 느끼는 편이다. 아마 인지도가 있든 없든 대다수 아티스트가 비슷하게 느끼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스스로를 워커홀릭이라고 생각하는 편인지
“그렇진 않다. 곡 작업을 좋아하지만 정말 게으른 편이다(웃음). 그런 부분에서 회사에 감사한 부분이 많다. 일을 계속 만들어주시고, 나태해지지 않도록 도와주시는 것 같다”
Q. 프로듀서는 알게 모르게 작업물마다 자신의 흔적을 조금씩 새겨 간다. 픽보이만의 아이덴티티가 있다면 어떤 부분이 있을까
“음악에 있어서 굉장히 솔직한 편이다. 예를 들어 시계 ‘롤렉스’가 성공한 사람들의 상징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가사에 활용하지 않나. 나는 없어도 없는 것대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가사에 쓴다. ‘난 성공해서 이제 롤렉스도 낀다’라는 가사도 멋있지만 ‘난 지금도 멋있는데 롤렉스를 끼면 더 멋있다’ 이런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시계와 옷 모두 좋아하지만 그것 때문에 내 삶의 태도가 바뀌는 건 너무 별로지 않나. 우리 주변에 그런 명품 없이도 충분히 멋진 분들이 많은데 그런 담백한 모습을 아티스트로서 닮아가고 싶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조금 더 직관적인 표현을 즐기는 것 같고”
Q. 누군가에게 곡을 주는 프로듀서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곡을 소화하는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가끔 ‘이 노래만큼은 꼭 내가 부르고 싶다’ 이런 결심이 드는 순간이 있나
“사실 다른 분들의 곡 의뢰가 들어오면 그때부터 작업을 시작하는 편이다. 내가 만약에 작곡만 하는 프로듀서였다면 물론 오퍼에 맞게 작업물을 보여주는 것이 맞겠지만 그것과는 거리가 먼 포지션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작업을 시작하는 편이다”
Q. 본인만의 롤모델이 있다면
“국내에서는 유희열 선배님, 윤종신 선배님, 윤상 선배님, 프라이머리 선배님, PEEJAY(피제이) 선배님이 있다. 사실 앞서 말씀드린 세 분은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시지 않나. 그런 부분이 멋있더라. 나 또한 내가 하고 싶은 분야에 있어서 잘하든 못하든 만족할 때까지 노력해보고 싶다”
Q. 그 세 프로듀서는 서정적인 곡 작업으로 유명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맞다. 어느 정도의 위트나 진중한 모습까지 갖추고 있으셔서 더 멋지다(웃음). 옛날부터 서정적인 곡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다. 중학생 때는 방과 후에 롯데리아 양념 감자를 테이크 아웃하며 이어폰으로 성시경 선배님 음악을 줄곧 들었던 게 기억이 난다(웃음)”
Q. 그렇게 좋아하는 성시경을 직접 만난 적 있나
“고등학생 때 옥주현 선배님이 진행하는 MBC ‘별이 빛나는 밤에’로 노래 부르러 나간 적 있는데 옆 부스에 놀러 오셨더라. 그때 처음 뵈었다(웃음)”
Q. 고등학생 때부터 라디오 프로그램에 노래 부르러 나갔다는 것 자체가 아티스트로서 끼가 있었던 것 아닌가
“그런가(웃음)? 당시에는 정말 떨었던 기억밖에 없다. 사실 내가 정말 많이 긴장하는 편이다. 오늘 촬영 때는 그나마 괜찮았던 거고”
Q. 프로듀서인 만큼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아티스트도 있는지
“요즘 이하이 님과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 최근에 신보가 나왔는데 목소리가 정말 좋더라. 해외 아티스트로는 Niki(니키)라는 R&B 가수. 내 목소리 자체가 두꺼운 편이다 보니 그에 대조되는 여성 보컬 분들 톤에 욕심이 있는 것 같다”
Q. 같은 소속사인 폴킴과는 자주 교류하는 편인가. 접할 기회가 그래도 많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렇다. 회사에서도 보고, 형네 집에서도 보고(웃음). 회사 들어가기 전에는 사실 폴킴 형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당시에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 분야에만 집중하고 있어서 그런지 듣지 못 한 것 같다. 미팅하기 전날 폴킴 형의 ‘비’를 듣고 나서 처음 알게 됐다(웃음). 실제로도 엄청 착하고 날 잘 챙겨주는 고마운 형이다”
Q.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난 아직 어리구나’라고 느끼는 부분이 있을까
“일에 있어서 이기적이고 어린 부분이 남아있다. 철들었다, 어른이 됐다는 표현 자체가 사실 내가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철이 들 생각은 물론 없지만 1년, 1년 지나면서 조금씩 걱정이 커질 때가 있다. 내 생활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부모님의 시간도 함께 지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가끔 뒤를 돌아보게 되는 시간도 있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아직은 고칠 부분이 많다”
Q. 가깝고 소중한 사람에게 어떤 존재가 되고 싶나
“무엇보다도 부담 없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인간관계는 한 쪽이 위치적으로 낮아도, 혹은 높아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 부담을 덜어주는 게 쉽지 않은데, 동네 친구들은 내가 엄청나게 유명한 줄 안다. 근데 생각해보면 그 친구들이 나를 처음 대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대하는 모습이 한결같다. 내가 좋아하는 이들과는 그렇게 언제 어디서 만나도 편한 사이로 쭉 이어졌으면 좋겠다”
Q. 여름보다 겨울의 공기를 훨씬 선호한다고 들었다. 남은 하반기에 준비 중인 계획이 있다면
“정확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TV, 인터넷 등 다양한 콘텐츠에서 뵙게 될 예정이다. 사태가 조금 나아진다면 준비된 페스티벌 일정 위주로 소화할 거고, 새로운 음반도 발매 계획 중에 있다”
에디터: 박찬
포토그래퍼: 두윤종
스타일리스트: kwak sky
어시스턴트: JI MINKYU
의상: martine rose, namesake, y/project, rafsimons, LVC
슈즈: pop trading company x converse, alex mullins
아이웨어: bottega veneta
러그: 모르(morl)
헤어: 위위아뜰리에 기우 부원장
메이크업: 위위아뜰리에 아라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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