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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코코미카’ 유미 부원장 “메이크업 아티스트 분야 생존 비결은 욕심 아닌 성실함”

이진주 기자
2021-05-11 11:10:02

[이진주 기자] 얼굴을 도화지 삼고 브러시를 붓 삼아 색색의 미(美)를 창조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처럼 타인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키는 데 정성을 다하는 직업이 얼마나 있을까. 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주류가 아니더라도 포기 않고 계속 도전하는 자세는 얼마나 위대한가.
남에게는 관대하지만 자신에게는 엄격한 프로 정신으로 지금의 자리에 오른 코코미카 유미 부원장. 그는 성격상 철두철미하진 못하지만 남들보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최선을 다한 끝에 실력을 인정받았고 현란한 손기술과 유쾌한 소통 능력을 체득할 수 있었다.
그에게 현재 원대한 꿈은 없다. 이상적인 바람보다 현실적인 행복을 더 누리고 싶다는 그의 사려 깊은 한마디에 그의 진심이 반드시 고객에게 통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담겨 있었다.
Q.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자면?
“코코미카에서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유미 부원장이다”
Q. 메이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
“어릴 때 조성아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출연한 다큐멘터리 방송을 보다가 문득 메이크업이 하고 싶어졌다. 그런데 주변에 미용하는 사람이 없어 막연히 생각만 하다가 고등학생 때부터 학원에 다니면서 지금까지 하게 됐다”
Q. 여러 직장에 근무하다가 프리랜서로 활동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
“전 직장 사정상 중간에 나오게 됐고 기존에 담당하던 셀럽이 있어 프리로 활동하게 됐다”
Q. 현 직장의 어떤 점 때문에 다시 정착하게 되었는지.
“전 직장에서는 혼자 메이크업을 진행하고 있어서 어려움이 많았다. 일반인, 방송, 화보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여기는 전보다 규모도 크고 직원도 많아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아 오게 됐다”
Q. 프로필을 보면 여러 연예인과 다양한 작업을 했더라. 특별히 만족했던 결과물이 있을까?
“운이 좋게도 잡지 매체 측에서 메이크업을 담당하면서 당시 잘 나가는 셀럽과 작업할 수 있었다. 특별히 만족한 결과물보다는 시안대로 연출이 잘 되면 스스로 만족스러운 편이었지만 콘셉트와 다르거나 100% 소화되지 못할 때면 주변에서 아무리 칭찬을 해도 아쉬움이 남더라”
Q. 매거진 촬영은 일회성 작업일 때가 많다. 초면인 상대와 어떤 화제로 대화를 주도하는 편인가.
“처음 만나는 상대와는 서로 굉장히 어색할 수밖에 없다. 또 초면에 헤어와 메이크업을 맡기는 게 상대 입장에서는 쉽지 않을 거다. 그래서 내가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인데도 대화를 계속 시도하려 한다. 주로 이번 촬영의 콘셉트로 말문을 트고 식사 안부를 묻는다. 그렇게 문답을 하면서 꼬리를 무는 것 같다”
Q. 지금도 셀럽 메이크업을 담당하고 있는지.
“배우 (김)성령 언니는 9년 넘게 같이 하고 있고 배다빈, 려운을 맡고 있다”
Q. 웨딩 메이크업도 진행하고 있지만 코로나로 인해 예년보다 고객이 줄었을 듯하다.
“일하는 입장에서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작년에는 코로나가 오래갈 줄 예상 못 하고 일정을 변경하는 분들이 많아 타격이 있었지만 올해는 도무지 끝날 기미가 안 보이고 계속 미룰 수도 없어서 그대로 진행하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다”
Q. 요즘은 어떤 신부 화장이 인기인가.
“전에는 웨딩하면 핑크나 보라 컬러의 정형화된 화장을 따랐지만 요즘은 유행을 좇기 보다는 개성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또 고객들이 본인의 얼굴에 어울리는 메이크업을 잘 알고 있어서 확실한 요구사항을 말씀해주신다. 자연스럽고 또렷함이 기본이고 본식과 비교해 촬영은 음영이 더 깊은 정도다”
Q. 코로나19가 메이크업 트렌드도 바꿔놓았다. 마스크 착용, 화장하는 게 좋을까?
“원래 색조 제품 매출이 압도적이었는데 기초 화장품 매출이 올랐다더라. 풀 메이크업보다는 촉촉한 기초 케어와 아이 메이크업에 집중하는 게 피부에 좋다. 톤 보정되는 썬크림을 베이스로 하고 중간중간 수정 패드로 땀과 피지 등 오염된 부분을 세정해줄 것. 눈 화장의 발색을 높이고 싶다면 글로시한 BB크림을 소량 도포하는 것을 권한다”
Q. 메이크업의 핵심은 컬러라고 생각하는데, 피부 톤을 보면 바로 퍼스널 컬러 진단이 가능한가.
“나는 마법사가 아니다(웃음). 퍼스널 컬러가 중요하긴 하지만 사람의 피부 톤도 다양하기 때문에 완벽하게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본인에게 더 어울리는 컬러는 있겠지만 어떤 색도 절대적이지는 않다. 웜톤도 잘 어울리는 핑크가 있고 쿨톤도 잘 어울리는 오렌지가 있듯 본인에게 맞는 색을 찾아주는 게 우리 일이라고 생각한다”
Q.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본인의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최대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보통 자연스러운 화장을 요청하면 나와 고객의 개념이 다를 수 있지 않나. 그럴 때 서로의 기준점을 맞춰가는 걸 잘하는 것 같다. 이를테면 무조건 진하게 요청하시는데 막상 하면 안 어울리거나 짙은 발색에 놀랄 수 있다. 그래서 조금씩 색을 덧바르면서 설명을 해드리고 추후 수정할 일이 없도록 미연에 방지한다. 또 색과 이미지, 전체적인 조화가 어우러지도록 신경 쓴다”
Q. 보통 하루 일과는 어떻게 흘러가나.
“직업상 출퇴근이 자유로운 편이지만 새벽 스케줄이 있으면 일찍부터 준비하고 출장 일정을 마치면 샵으로 출근하는 식이다. 퇴근 후에는 따로 취미 생활을 즐기기보다 푹 쉬려고 한다”
Q. 바쁘면 식사를 건너뛰기도 하겠다. 이 때문에 건강 악화나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일 때문이라고 100% 얘기할 수는 없지만 쓸개담석증이 생겼었다. 아무래도 식사나 수면 시간이 불규칙하고 스트레스가 쌓인 게 원인이 되지 않았나 싶다. 현재는 수술해서 회복된 상태다. 또 한 자리에 고정된 자세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 어깨, 목, 허리가 자주 아프다”
Q.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 밥벌이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큰돈을 버는 것은 아니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하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체력적으로 힘들긴 하지만 관두고 싶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매번 똑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일하면 금세 질렸을 것 같지만 고객마다 요구가 다르다 보니 지루함은 못 느끼고 있다”
Q. 업계에서 살아남기가 힘든 거로 안다. 미래를 두려워하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또래가 나보다 빨리 디자이너를 달면 없던 승부욕도 생기지 않겠나. 나도 스태프 시절에는 조바심이 났지만 엄청 욕심을 내거나 계획적으로 살아오진 않았다(웃음). 하루에 주어진 일을 착실히 하면서 단계적으로 나아갔다. 해서 요즘 후배들에게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10~15년 후면 모두 똑같은 위치에 있을 거니까 불안할 것 없다고 말해준다. 욕심이 있어도 체력과 능력이 돼야 하는 거니까 더 많이 일하려고 무리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Q. 최종 목표
“이 일에 종사하는 많은 이들이 본인의 샵을 차리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지만 나는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힘이 닿는 데까지 계속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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