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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vs 20] 뉴트로 룩, 옷장을 다시 들여다봐야 할 때

박찬 기자
2020-02-11 14:34:19

[박찬 기자] 많이 본 것 같은데 볼수록 신선하다. 새롭다 못해 창의적이기까지 한 요즘 패션을 보고 1990년대를 떠올렸다면 그건 이상하지 않다. ‘구닥다리 패션’, ‘촌티 나는 패션’ 등 다양한 형용사로 철저히 무시당했던 90년대 패션은 최근 패션계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지금 우리가 열광하는 스타일은 1990년대 패션을 대표한다.

통 넓은 바지, 거대한 브랜드 시그니처 로고, 오버 핏 재킷 등 이미 우리 일상 패션에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것. 레트로 감성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그 느낌을 새롭게 해석한 ‘뉴트로(New+Retro)’가 패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이번 기획 기사에서는 1990년대의 감성을 20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재해석하고 소화하고 있는지 분석해보고자 한다.

청청 패션/ 맘 진

90s


일명 ‘맘 진(엄마가 입었던 그 시절의 청바지를 일컫는 단어)’으로 스타일링을 이뤘던 90년대는 캐주얼의 태동기와 같았다. ‘아메리칸 스위트 하트’로 불리면서 당시 로맨틱 코미디물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배우 드루 베리모어. 평소에 러프한 스타일의 재킷과 팬츠를 착용했던 그는 공식 석상에서도 심플한 하이캐주얼 룩을 선보여 큰 화제를 일으켰다.

그저 편하게 입던 데님 팬츠에도 무언가 빛을 발하는 부분이 있다는 걸 알게 해준 배우. 덕분에 수많은 청소년은 리바이스 팬츠를 갖기 위해 돈을 모아야 했다. 90년대 패션이 유행하며 데님 마켓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는데 이전까지 스키니 핏으로 획일화됐던 실루엣이 다시 통이 넓어졌다는 사실. 담백하고 베이직한 스트레이트 핏과 밑단을 박음질하지 않은 내추럴한 로 커팅 디테일 등 당시의 팬츠 트렌드를 다양한 디테일로 재조명하고 있다.

20s


최근 켄달 제너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재된 청청 패션은 그 감성을 다시금 불러일으킨다. 오버 핏 데님 자켓에 같은 톤의 숏 팬츠로 셋업을 이룬 그는 고혹적이면서도 세련된 캐주얼 룩을 선보였다. 기존 90년대의 데님 웨어와 다른 부분이 있다면 ‘더블 데님 웨어’라는 개념이 명확해진 것. 더욱더 위트 있는 색감과 다양한 핏으로 전개된다는 점도 다르다.


더블 데님 웨어 룩은 최근 지방시, 보테가 베네타 등 다양한 브랜드 컬렉션에서도 출시돼 그 트렌디함을 발휘하고 있다. 지방시는 베이직한 데님 재킷을 댄디하게 끌어냈다. 특히 하프라인에 벨트로 섹션을 구분해 골반 및 하체 부분을 강조했고 상 하의의 배색감을 감성있게 풀이했다. 보테가 베네타의 데님 웨어는 웨어러블함에 초점을 두었다. 데님이 유니섹슈얼의 콘텐츠인 만큼 내추럴하고 안정적인 요소를 강조했다.

와이드 팬츠

90s


최근 스트릿 패션에서 당연할 정도로 스타일링 되는 와이드 팬츠. 사실 그 역사는 짧지 않다. 1930년대부터 노동자들의 작업복에 능률을 향상하고자 넓게 재단해온 것. 하지만 그 성격을 달리한 것은 1990년대 패션 씬으로 놈코어 룩의 대명사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20세기 말 ‘X 세대’를 대표하던 배우 위노나 라이더. ‘순수의 시대’, ‘드라큐라’ 등 고전물에서 활약하며 얼굴을 알린 그는 로맨틱 멜로물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평소에 라이더 자켓과 데님 자켓, 가디건 등 다양한 아이템으로 캐주얼 룩을 보여주며 패션의 아이콘에 다가섰다. 아우터와 함께 매번 스타일링한 와이드 팬츠는 그의 전유물이자 시그니처 아이템.

20s


모델 지지 하디드의 데일리룩은 매니쉬함 속에 우아한 자유로움이 깃들어있다. 걸을 때마다 도도하게 휘날리는 바짓단 덕에 어딘가 모를 신비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는 발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긴 기장의 뉴트럴 톤 와이드 팬츠와 하이힐을 매치해 다리 길이를 강조하고 크롭 티와 선글라스로 시크함을 연출했다.


아크네 스튜디오의 2020 SS 컬렉션은 이러한 매력을 과감하게 담아냈다. 옅은 브라운 컬러와 스트라이프 무늬가 섞여 있는 와이드 팬츠는 그간의 아이템들과는 다르게 더욱더 유니크함을 보여준다. 이에 새틴 소재의 티셔츠와 같은 배색의 샌들을 함께 스타일링해 자유로운 모습을 그렸다.

빅 로고

90s


브랜드의 정체성을 직접 드러내는 로고는 명품 디자이너에게는 물론 캐주얼, 스포츠, 여성복 등 모든 브랜드에 중요한 요소. 이전에는 촌스럽다는 이유로 로고를 감추는 ‘로고리스 스타일’로 대체됐지만 최근 뉴트로 룩에서 포인트 아이템으로 등장하면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에 맞서 1990년대를 풍미한 유스컬쳐 브랜드는 새로운 디자인보다 전통적 헤리티지의 ‘올드스쿨’을 내세워 과거를 재해석하고 있다.

당시 타미힐피거의 빅 로고 탑도 1990년대 패션을 대변한다. 1985년 설립된 타미힐피거는 당시 큰 유행이었던 프레피 룩에 캐주얼한 느낌을 살려내 성공을 거뒀다. 이런 성공을 바탕으로 빌 클린턴, 스눕 독, 마이클 잭슨을 협찬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었던 것. 하지만 2000년대부터 빅 로고 플레이에 거부감 드는 청소년들이 많아졌고 자연스레 하락세에 접어들게 됐다.

20s


켄달 제너의 고샤 루브친스키 X 필라 콜라보레이션 티셔츠는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기존의 스포츠 브랜드인 필라와 러시아 디자이너 브랜드 고샤 루브친스키의 콜라보레이션은 이전부터 ‘세기의 만남’이라는 칭호를 들을 정도로 기대받았는데 그 결과물을 셀럽들이 입기 시작하면서 재조명받은 것. 90년대 특유의 빅 로고 프린팅과 디테일한 레터링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러한 모습의 콜라보레이션은 꾸준하다. 마찬가지로 스포츠 브랜드인 라코스테와 스트릿 브랜드인 골프 왕의 콜라보레이션 작품은 스트릿 마니아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스타디움 자켓의 등 부분에 라코스테 특유의 시그니처 로고를 자수로 넣음으로써 색감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이번에 발표된 칼하트와 아페쎄의 콜라보레이션도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각자의 로고가 패션계에 널리 알려진 만큼 그것을 취합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절충적인 모습으로 융합됐다. 이른바 ‘로고+로고’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셈. 티셔츠와 비니에 큼지막한 로고를 달아 유니크함을 선보였다. (사진출처: 데이브 루이스 블로그, 위노나 라이더, 지지 하디드, 켄달 제너, 스플래쉬 뉴스 인스타그램, 지방시, 아크네 스튜디오, 아페쎄, 라코스테, 타미힐피거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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