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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재경 “배우로서 아직 걸음마 단계, 캐릭터 가리지 않고 모두 연기해보고 싶어”

2020-07-06 14:35:23

[나연주 기자] 전국에 장마가 시작된다는 예보가 연일 이어지던 6월의 어느 날, 김재경을 만났다. 새벽까지 쏟아져 내린 비와 이어지는 궂은 날씨, 걱정이 앞섰던 스태프들 사이에 미소를 띤 그가 나타났다. 너무 들뜨지도, 가라앉지도 않은 적당한 긴장감과 기분 좋은 에너지를 뽐내며.

그가 선사한 기분 좋은 에너지처럼 날씨도 변하기 시작했다. 궂은 비가 그치고 볕이 들자 흘러가듯 유려한 몸짓으로 포즈를 이어가던 그다.

사실 그를 만나기 전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다재다능한 사람’이었다. 레인보우 활동 당시 보여준 노래와 춤은 기본, 못 만드는 게 없는 연예계 대표 금손으로 잘 알려졌으니까. 미묘하게 다른 몸짓으로 한 컷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는 그를 보며 어쩌면 존재 자체만으로도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제 배우로서 대중 앞에 나선 그는 SBS ‘초면에 사랑합니다’에서 까칠하면서도 귀여운 성격의 베로니카 박 연기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첫 주연을 맡은 영화 ‘간이역’ 촬영 중 만난 그. 한지아 역은 또 어떻게 만들어낼지 궁금해질 수밖에.

Q. 근황

“최근에는 영화 ‘간이역’ 촬영을 하고 있다”

Q. 크랭크 업 전이고 개봉도 내년이지만 제작발표회를 했다. 이유가 있다면?

“나도 사실 제대로 영화 작업을 해보는 게 처음이라 새로웠다. 처음이라 원래 이랬나 싶었는데 특별한 경우라고 하시더라. 이러나저러나 ‘일단 알렸으니까’ 하는 마음은 있더라. ‘나 다이어트 해’ 하고 얘기하면 기필코 성공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이 생기지 않나. 그런 기분 좋은 긴장감과 부담감이 생겼다고 할까”

Q. 영화 '간이역' 소개

“기억을 잃어가는 남자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여자의 특별한 사랑을 그려낸 작품이다. 요즘 모든 게 다 빠르게 흘러가지 않나. 그 안에서도 이 시간을 온전히 즐기고, 시간 안에 주어진 감정을 만끽할 수 있는 영화다. 처음 글을 읽었을 때부터 와닿았다. 한숨 돌리며 나의 감정을 되돌아볼 수 있는 그런 작품이다”

Q. 캐릭터 소개

“한지아 역은 시한부 판정을 받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곁을 지키고 싶어 하는 인물이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오롯이, 온전히 다 사용하겠다고 마음먹은 단단한 친구 역을 맡았다”

Q. 영화 소재가 시한부와 희소병, 감정 몰입은 어떻게 했나

“내가 그런 큰 아픔이나 고통을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 투병기나 관련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찾아보며 캐릭터의 감정선이나 디테일적인 요소들을 만들었다. 마침 투병 중인 윤지회 작가님의 책 ‘사기병’을 보게 됐다. 암 4기라 ‘사기병’인 거다. 그 책을 쭉 읽고 작가님 인스타그램도 팔로우했다. 작가님이 지금 내 몸 상태가 어떻고, 어떤 상황이다 계속 업데이트를 해주신다”

Q. 가장 힘들었던 신을 꼽자면

“지아와 같은 상황에 놓이면 매 순간 힘들 것 같다. 그래서 사실 모든 신이 다 쉽지 않았다”

Q. 첫 영화 주연 소감

“부담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나는 매 작품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왔다. 이번에도 윤유선 선배님께서 리드를 잘해주셨다. 너무 연기를 잘하시니 그분에게 몰입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 재미있게 촬영하고 있다”

Q. 함께 촬영하고 있는 김동준과는 10년째 아는 사이라고 밝혔다

“데뷔 전부터 알던 친구라 10년도 넘었다. 연습생 때 인연이 닿아서 그룹끼리 다 친했다. 모이면 연습 얼마나 힘들게 했나 서로 신세 한탄하고 그랬다. 그래서 더 편하게 촬영했다”

Q. 다른 배우들과 연기 호흡은 어땠나

“진예솔 언니, 허정민 오빠도 다 너무 편하게 해주셨다. 친구들끼리 우르르 나오는 신을 찍으면 연기가 아닌 진짜 웃음이 나오는 상황이 되게 많다(웃음). 분위기 메이킹을 잘 해주셔서 재미있게 찍고 있다”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다 같이 즐겁게 노는 신이 있는데 그날 정민 오빠와 예솔 언니의 마지막 신이었다. 마지막 컷에서 건배하고 소품으로 준비돼 있던 맥주를 마셔버렸다”

Q. 평소 좋아하는 패션 스타일

“그냥 티셔츠, 편한 옷을 좋아한다. 일할 때 아니면 하이힐도 안 신고 단화를 신는다. 심플한 것을 좋아한다”


Q. 화려한 스타일을 좋아할 것 같은데 의외다

“귀찮아하는 편이다. 귀걸이, 목걸이도 한 번 착용하면 빼지 않고 쭉 지내는 편이다. 화려한 것들은 활동할 때 많이 해서 그런지 평소에는 심플한 것을 훨씬 좋아한다”

Q. SBS ‘초면에 사랑합니다’의 베로니카 박 역을 연기할 때에는 화려한 의상이 주를 이뤘다. 평소와 전혀 다른 스타일이지 않았나

“그렇다. 평소에는 그런 의상을 입을 일이 전혀 없다. 나는 작품 오디션을 준비할 때부터 캐릭터가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옷을 입겠다 상상하며 캐릭터를 구축하는 게 재미있더라. 전공이 의상 디자인이라 그런지 모르겠다. 베로니카 박도 오디션을 준비하면서부터 옷을 모았다. 벼룩시장 같은 데서 사기도 하고 동대문 시장에 가서 베로니카가 입을 법한 의상들을 골랐는데 입는 순간부터 베로니카가 되는 느낌이 좋더라. 실제 촬영 때도 내가 산 소품과 의상을 많이 입었다”

Q. 동대문 시장에 가면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직접 간 건가

“그렇다. 그 과정이 너무 재미있고 동대문 시장도 좋아한다. 동대문은 정말 모두가 바삐 움직이는 장소라 타인에게 신경을 거의 안 쓰시더라. 굉장히 편하게 쇼핑하기 좋다”

Q. 베로니카 박은 연기로 호평을 받기도.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은?

“베로니카 박의 모습은 내가 정말 친한 사람과 있을 때, 기분이 정말 좋을 때 나오는 모습 같다. 별로 안 친하거나 그냥 나를 한두 번 본 사람들은 새롭다고 느낄 수 있다. 레인보우 멤버들은 ‘그냥 언니다’ 하더라. 멤버들은 아는 내 모습이다”

Q. 실제 성격

“타인에게 관심이 많지 않은 편이다. 관심과 집중이 온전히 나와 내 행동에 쏠려있다.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는 것도 좋아한다”

Q. 아이디어스에서 선보이고 있는 '재경공방'을 소개하자면?

“평소에 뭘 만드는 걸 좋아한다. 아이디어스는 소규모 공방이나 손으로 수작업한 물건을 작가들이 올려서 판매하는 온라인 핸드메이드 마켓이다. 나도 평소에 이용하면서 해보고 싶다, 내 물건을 팔아보고 싶다 생각했다. 그런데 내 고등학교 동창이 소속 작가더라. 어떻게 했냐고 묻자 소개해 준 거다. 나는 내 물건을 판매한다기보다 평소에 잘 만들어 쓰는 것을 튜토리얼로 만들어 온라인 클래스를 열게 된 거다. 내가 강아지를 키우기도 하고 또 너무 좋아해서 반려동물을 위한 용품을 만드는 방법을 온라인으로 강의하게 된 거다. 반려동물을 위한 목줄, 리드 줄, 장난감, 이것들을 다 담을 수 있는 가방과 강아지용 케이프도 선보이고 있다”

Q. 손재주가 없는 ‘곰손’도 가능할까

“정말 쉽다. 평소 촬영 중간에 틈틈이 하다 보니 주위에서 알려달라 해서 한두 명 알려주기 시작했다. 우리 멤버 중 곰손도 있는데 곧잘 하더라. 그래서 다 할 수 있겠구나 생각해서 기초부터 쉽게 설명했다”

Q. 남다른 ‘금손’을 자랑한다. 원래 손재주가 좋았나

“어렸을 때부터 그런 것들을 좋아했던 것 같다. 자유시간이 있으면 무언가를 만들거나 그리곤 했다. 엄마도 항상 재활용품을 바로 버리지 않고 한쪽에 모아두신다. 거기에서 꺼내서 뭔가를 만들기도 했다”

Q. 2019년 레인보우 10주년을 맞이해서 재결합했다. 리더로서 먼저 나선 건지 궁금하다

“그렇다. ’10주년’, ‘10년’이라는 것이 우리에게는 아주 큰 의미다. 연습생 때 너무 힘들고 서바이벌처럼 살아남아야 하는 와중에 매니저님께서 하신 말이 있다. ‘이 바닥에서 10년만 버텨. 그럼 평생 가. 그런데 10년 버티기가 쉬운 줄 아니’ 이런 식으로 던진 말인데 굉장히 오래 가슴에 남았다. 어느 순간 달리다 보니 우리가 10년을 채웠더라. 우리끼리 자축하고 싶었다고 할까. 10년간 우리가 이 분야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너무 좋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팬분들, 대중들도 우리를 잊지 않고 찾아줬다는 게 아닌가. 정말 감사해서 그에 보답할 겸 우리끼리 기념도 하고 싶었다”

Q. 2020년 레인보우 활동 계획

“10주년 때 한 팬이 복권 7장을 나눠 주셨다. 당첨된 사람이 11주년에 투자하기로 했는데 지숙이가 3천 원인가 5천 원 당첨됐다(웃음). 11주년 활동을 하게 된다면 지숙이가 투자하지 않을까(하하)”

Q. 레인보우 활동할 때와 현재의 다른 점

“혼자 해내야 한다는 게 가장 다르다. 7명이 함께할 때는 한 작품, 한 곡을 완성해도 7명이 합주하는 느낌이다. 연기 이외 레인보우를 떠난 그 어떤 활동도 오롯이 혼자 해내야 하는 작업이기에 그 점이 가장 크지 않을까”

Q. 솔로 가수 활동 계획

“없다. 그룹은 그룹인 데 이유가 다 있다고 생각한다. 무대 위에서 나는 레인보우일 때가 가장 빛나지 않을까”

Q. 가수에서 배우 활동을 시작하며 어려움은 없었나

“혼자 대기하면 심심하고 외로운 느낌. 예전에는 수다 떨고 함께 놀 친구들이 있었다면 지금은 혼자 대기하는 것. 그거 말고는 일단은 재미있는 게 더 크다”


Q. 평소 취미

“틈만 나면 승마하러 가고 뜨개질도 많이 한다. 사실 이것저것 안 가리고 많이 배운다”

Q. 취미가 아날로그 감성이다. TV나 영화를 보는 것은 즐기지 않나

“많이 보는 편은 아닌데 어떤 캐릭터를 연구해보고 싶다 꽂히면 그때는 정말 집 밖에 안 나가고 쭉 본다”

Q. 최근 가장 재미있게 본 작품

“영국에서 만든 작품들이 소재도 독특하고 우리가 늘 보던 것들과는 다른 느낌이더라. 영국 Channel 4 ‘빌어먹을 세상 따위’와 넷플릭스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도 정주행했다. 영국에서 만든 리얼리티 프로그램도 많이 봤다”

Q. 피부와 몸매 관리 비결

“승마(웃음). 승마하고 나면 한겨울에도 온몸이 흠뻑 젖을 정도로 땀이 난다. 승마에 관심 갖고 검색해보니 한 시간에 3,000kcal를 소모한다더라. 헬스와 필라테스도 하고 있지만 승마를 하니 근육이 더 많이 발달하는 것 같다. 좌우 균형이 잘 맞지 않으면 잘하고 싶어도 더 발전하지 않는다. 그런 밸런스 유지에도 도움이 됐다”

Q. 롤모델

“많다. 메릴 스트립, 나문희 배우님 너무 좋아한다. 오랜 시간 일궈나가는 모습이 너무 존경스럽다. 나이에 제약받지 않는 연기를 보여주신다. 소녀 같다가 또 어떨 때는 카리스마가 넘치기도 하는, 이런 다양한 모습이 멋지더라”

Q.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

“나는 아직 배우로서 걸음마 단계다. 만나본 캐릭터 보다 만나보지 않은 캐릭터가 훨씬 많다. 가리지 않고 다 해보고 싶다. 일단 내가 춤도 췄기 때문에 몸을 활용한 액션 영화도 도전해보고 싶다”

Q. 예능 출연 욕심은?

“예능은 내게 소질이 없는 느낌이다. 사실 예능이 너무 어렵다”

Q. 욕심나는 수식어

“좋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 작품 속에서도 밖에서도, 누군가에게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에디터: 나연주
포토그래퍼: 권해근
영상 촬영, 편집: 어반비앤티(urban-bnt)
의상: 늘, LEHHO(레호), 제이청, 티백
슈즈: 쌀롱드쥬, 레이크 넨, 앤아더스토리즈
주얼리: 바이가미, 앤아더스토리즈
선글라스: 프론트(Front)
백: 엘레강스 파리
헤어: 위위아뜰리에 현정 실장
메이크업: 우현증메르시 유나 실장
장소: 스튜디오 보누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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