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인터뷰] 0과 1 디지털을 넘어서는 오리엔탈리즘의 매혹(魅惑), 브릴리언트 블루

2020-03-24 14:36:50

[김치윤 기자 / 사진 bnt 포토그래퍼 설은주] 일렉트로닉 듀오 브릴리언트 블루(Brilliant Blue) 첫 번째 정규앨범 ‘Chaturanga’가 24일 발매됐다. 브릴리언트 블루는 록밴드 내 귀에 도청장치 보컬 이혁의 솔로프로젝트로 뮤지션 DRB와 함께 오리엔탈과 일렉트로닉이 결합된 독특한 사운드를 선보인다.

브릴리언트 블루의 음악을 록밴드 프론트맨의 흔한 솔로앨범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들의 음악에서 보컬은 철저하게 악기의 일환으로 사용된다. 가장 큰 특징은 오리엔탈리즘을 적극 차용한 사운드, 이를 뒷받침하는 섬세한 프로덕션이다.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표방하지만 소스는 철저하게 아날로그적이다. 해금, 하프, 첼로, 피아노, 오르간 등 리얼악기가 사운드의 근간을 이룬다.

브릴리언트 블루가 직접 연주하는 테레민이라는 악기는 이들의 지향점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사람에게 다가가면 소리가 커지고 멀어지면 작아지는 특성을 활용한 테레민이 만들어내는 묘한 떨림은 매혹 그 자체.

타이틀곡 ‘홍연’은 이 모든 요소가 집약돼 있다. 하프의 구슬픈 멜로디로 시작해 브릴리언트 블루의 몽롱한 보컬과 곡 전반에 ‘딥’한 정서를 불어넣는 첼로, 후반부 테라민 솔로가 어우러져 멜랑꼴리한 감성을 극대화한다. 좌우 채널을 적극 활용한 음의 스테레오 이동, 소리의 뭉침과 확산 등 귀를 즐겁게 하는 사운드 프로덕션도 무척 매력적이다. 최대한 볼륨을 크게, 그리고 이어폰보다는 스피커로 일청을 권한다.

-프로젝트 소개를 해달라.

일렉트로닉에 관심이 많았다. 음악을 먼저 만들고, 이름도 브릴리언트 블루로 사용하게 됐다. 블루가 영적인 부분에서 가장 맑고 좋은 기운을 띨 때 나타나는 에너지다. 영롱한 느낌도 있다. 트립팝을 좋아한다. 여행가서 몽롱하게 듣는게 좋았고, 그러다보니 직접 만들게 됐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내귀에 도청장치 밴드 멤버 취향이 다 다르다. 그렇다고 밴드가 아예 스타일을 바꾸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했다. 우리는 라디오헤드가 아니니까(웃음). 라디오헤드처럼 대형밴드라면 큰 변화를 줘도 신을 이끌어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안되니 프로젝트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멤버 drb와 같이 하게 된 계기는?

신디사이저 레슨을 받으려고 공지를 하고 찾다가 만났다. 배우다보니 생각도 잘 맞았다. drb는 사람에 대한 매너, 기본적인 자세 등이 너무 좋다.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drb는 어떤 뮤지션인지?

신디사이저와 프로그래밍을 맡고 있다. 이름을 쓰게 된 계기는 고등학생 때부터 사람 구경하는걸 좋아했다. 친구들이 두리번 거리다고 놀리다가 두리번을 줄여서 ‘drb’이라고 짓게 됐다(웃음). 본명이 배정두다. ‘두리번’에서 두는 이름, 리도 리듬의 리. 번은 태우다는 뜻이니 뮤지션으로서 정체성이랑도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 중이다. 중학교 때 락을 좋아했고, 고등학교 올라가면서 힙합, 일렉트로닉에 빠졌었다. 음악을 안 만들 때도 음악을 많이 들었다. 프로뮤지션 길로 들어서면서 일렉트로닉으로 굳어졌다. 2017년도 부터 싱글을 발표했다. 이혁을 만나면서 음악적 취향도 바뀌었다. 그전에는 모든 장르를 다 잘하려고 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여러 장르를 한 음악에 녹여내는 것도 배우고 노력하는 중이다.

-장르 특성상 사운드 프로덕션에 세심한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어떤 점에 주력하고 있는지?

리얼사운드를, 소스를 직접 뽑아내려고 한다. 가능하면 각 나라에 전통악기를 사용해서 아날로그적 분위기에 중점을 뒀다. 한국적인 소스를 많이 강조하려고 한다. 테레민이라는 악기를 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테레민은 사람에게 가까이 가면 소리가 커지고 멀어지면 작아진다. 회로를 커치지 않고 바로 나오는 소리라 아날로그적인 정신에도 맞는다고 생각했다.

(테레민-악기 양쪽에 있는 두 개의 안테나에서 발생되는 전자기장을 손으로 간섭시켜 소리를 낸다. 두 손으로 각 안테나의 거리를 조절해가며 음을 만들어낸다-편집자 주)



-그렇다면 브릴리언트 블루 프로젝트의 근간은 오리엔탈리즘에 있는 건가?

락적인 정신은 틀에 박히지 않은 상황에서 뭐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본다. 락은 히피문화에서 비롯됐다. 유럽인들이 동양정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히피가 생겼다. 히피가 약물 관련 이슈가 절제돼지 않은 상황에서 안좋은 문화로 치부가 됐을 뿐 근본사상은 무척 매혹적이다. 락이 사운드는 외국에서 차용했지만, 정신은 동양에 가깝다.

명상이나 요가를 고등학교 때부터 했었다. 황병기 ‘미궁’을 밤에 들으면 무서워서 못 듣는다. 홍신자 선생님이 명상을 하다가 노래의 신이 들어와서 노래를 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도 노래를 잘하고 싶어서 명상을 하다가 동양사상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각 분야, 특히 대가들 중 명상을 하는 분들이 많다. 명상이라는 게 자신을 관찰하고 자각하려는 거다. 개인적으로는 공연이 명상 중 하나다. 무대가 기억이 안 나는게 가장 좋은 공연이라고 본다. 많은 공연 중 60프로는 그렇게 되는 것 같다.

-브릴리언트 블루는 내 귀에 도청장치 때 부터 의상 등 비주얼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프로젝트 활동 때 계획은 어떤지?

의상은 기본 톤정리만 하고, 프로젝터를 사용해 화면과 무대가 믹스되는 걸 해보고 싶다. 종합예술의 개념에서 다가가려고 한다. 지금 브릴리언트 블루 음악은 딥(deep)해서 좀 안 어울릴 것 같다. edm 요소를 도입하게 되면 더 화려하게 될 것 같다.

-곡들이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구슬프다. 봄이라는 계절과 안 맞을 수도 있는데, 앨범발매시기에 대한 고민은 없었는지?

사업적인 마인드가 별로 없는 상태에서 음반을 내는 상황이다. 인디적인 상황에서 내는 거라 상업적인 영향을 받는 시기를 고려할 필요가 없다. 그래도 타이틀곡 ‘홍연’은 봄에도 어울릴 것 같다.



-앨범에 대한 소개를 해달라.

2017년에 나았던 ep 네 곡, 그리고 타이틀곡 ‘홍연’과 ‘차투랑가’ ‘흔적’ ‘Insomnium’ 그리고 ‘홍연’에 대한 인트루먼틀 등 총 9트랙이 실린다. 매니아들을 위한 것도 있고, 브릴리언트 블루 1기를 정리하는 것도 있다.

-1기를 정리한다는 말은 큰 변화를 줄 계획으로도 받아들여진다. 앞으로 음악방향에 대한 구상, 혹은 활동방향은?

앞으로는 edm, 팝적인 요소를 적극적으로 넣어서 보다 즐기면서 밝게 하고 싶다. 해외에서 자원봉사식으로 하는 페스티벌이 있다. 너무 어두운 사운드는 수요도 없고, 공연장소도 작아지는 등 많이 즐기기에는 여러가지 제약이 많다. 세계여행을 다니면서 공연을 하고 싶다. 다양한 형태를 계획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너무 어렵지 않게 다가가기 위해서 가사도 쉽고 유연하게, 간결하고 쉬운 메시지 위주로 갈 계획이다. edm은 한 번 콘셉트를 잡으면 작업이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궁극적으로는 부유한 예술가가 되고 싶다. 각 방면에 최고들을 관객으로 아방가르드한 무대를 선보이고 싶다. 문화가 가장 꽃피운 시기는 가장 잘 사는 시기였지 않은가.

-공연계획은?

홍대 클럽이랑 얘기를 해봤지만, 대부분 클럽음악을 선호해서 맞지 않아 힘들 것 같다. edm 공연에서 스페셜 코너가 마련되거나, 은행이나 기업행사에서 아트한 분위기를 원할 때 아방가르드한 공연을 하고 싶다.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게 먼저다. 주변에서 찾는 건 나중 일이다. 산이 좋아서 올라가는데 협찬이 들어오면 고마운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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