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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없는리뷰] 유아인과 박신혜만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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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물로 모자란 ‘#살아있다’…이입 힘들고 등장인물 매력 없어
|차근히 전진하는 박신혜와 고유성 있는 유아인


[김영재 기자] 영화 ‘#살아있다(감독 조일형)’는 해시태그(Hashtag)의 사용으로 제목부터 트렌디하다. 해시태그는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여러 SNS에서 인기리에 사용되는 어법이자 기능이다. 단어나 구절 앞에 해시 기호(#)를 붙임으로써 완성된다. 지난 2007년 해시태그를 처음 제안한 크리스 메시나는 해시태그를 사용하는 일을 인간이 그의 관점과 경험, 생각을 알리고 싶어 하는 욕구의 발산으로 정의했다.

그렇다면 ‘#살아있다’가 강조하는 바는 그 해시태그와 마찬가지로 경쟁에서의 생존과, 그 과정에서 살아남았다는 희열 혹은 “살아 있는 것에 대한 감사”가 주일 터. 하지만 좀비와 맞서 싸우는 두 주인공의 고군분투는 여러 요인에 둘러싸여 이도 저도 아닌 오락물을 탄생시키는 데 그친다. 생(生)의 찬미는 잠깐이고, 며칠 후면 내용조차 가물가물하다. 마치 유명인 SNS 사진에 어떤 해시태그가 달렸는지 금세 잊는 것처럼 말이다.

어느 날 준우(유아인)에게 긴급재난문자가 전송되고, 딸이 엄마를 무는 등의 아수라가 눈앞에 펼쳐진다. 전화, 문자, 인터넷 등이 모두 먹통인 가운데 준우는 식인도 서슴지 않는 감염자 사이에 홀로 고립된다. 식량과 물이 바닥나자 극단적 선택에 손을 뻗는 준우. 그 순간 유빈(박신혜)의 생존 신호가 준우에게 닿고, 둘은 이동을 시작한다.

‘#살아있다’는 특히 생에 목매는 작품이다. 준우는 얼떨결에 살아남았고, 분노하며 죽으려 했고, 우연히 다시 살아남았고, 인간으로서 죽으려 했고, 결국 기적적으로 살아남는다. 생존은 인간의 기본 욕구이기에 감정 이입을 부르는 대목이다. 주인공이 대한민국 대표 거주지 아파트에 갇혀 칠정(七情)을 겪는 모습 역시 나를 그에 빗대게끔 한다.

그러나 그 몰입이 어느 선에서 끝나 버리는 것이 아쉽다. 우선 본작은 두 남녀가 왜 살아남아야 하는지를 내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물론 감염자에게 물어 뜯기기 싫고 잡아먹히는 것은 더 싫다고 하는 준우의 투정은 죽음을 앞둔 한 인간의 가장 솔직한 변이다. 그렇지만 그 욕망의 근원을 단지 죽기 싫다는 원초적 욕구에만 기댄 것은 분명 안일한 접근이 아닐 수 없다. 가령 ‘#살아있다’와 마찬가지로 두 고립 남녀가 등장하는 영화 ‘김씨 표류기’는 주인공 남자 김 씨와 여자 김 씨가 왜 세상과 등졌고 또 되돌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둘의 전사와 조건 없는 교류 등을 답으로 지목하며 관객을 충분히 납득시킨다.

부디 등장인물은 더 매력적이어야 했다. 준우와 유빈은 비자발적 외톨이고, 상처도 없다. 생을 향한 갈구 외에는 허덕이는 부분도 없다. 그저 그들은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좇아 아파트 단지를 누비는 좀비 세상의 표류자에 불과하다. 같은 인간이고 같은 집에 산다는 것만으로는 소구가 부족하다. 악역은 난데없는 순애보로 실소를 자아내고, 좀비는 연민이 사치에 불과한 불결하고 꼭 물리쳐야 할 짐승 따위로 그려진다. 등장인물이 하나같이 앙상하니 결국 심층 주제를 심어도 그 씨앗이 싹을 틔울 리 없다. “난 사람 손 자른 적 없어요” 같은 건조한 대사만이 ‘좀비도 사람인가?’ 등의 화제를 짚을 뿐이다.

1천 평 부지 위 아파트 세트가 그나마 눈길을 붙잡는다. 복도식 아파트는 외나무다리 분위기를 조성하며 공포감에 크게 일조한다. 좀비 몸동작은 예효승 안무가가 노력을 쏟았다. 온몸이 우두둑거리는 효과음에 힘입어 ‘부산행’ 못지않은 좀비가 탄생됐다. 박신혜는 이번에도 선하고 강인한 역할이나, 그 전과 다소 다르다. 적격 여부를 떠나 지금처럼 끈기와 인내로 시도를 거듭하다 보면 충무로에서도 대표작을 만날 듯하다. 영화 ‘버닝’에서 경력의 정점을 찍은 유아인은 다시 그의 전매특허인 속이 몽글대는 연기를 펼친다. 그의 연기를 지켜보는 일은 영화를 관람하며 배우의 연기를 또 ‘관람’하는 중첩을 생성한다. 유아인은 명배우인가. 싫든 좋든 그 고유성에는 그 또래에는 없는 보는 맛이 있다.

과연 준우와 유빈은 좀비로부터 탈출해 어제의 안녕을 되찾을 수 있을까. 안녕에 어제와 오늘이 있다는 점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이른바 ‘뉴 노멀’이 언급되는 작금이 떠오른다. 영화의 매력은 그것이 시대와 호흡하는 데 있다. 때문에 코로나19 시국에 개봉을 결정한 ‘#살아있다’는 내용뿐만 아니라 개봉 시기마저 참 영화적이다. 그러나 영화 ‘엑시트’ 같은 오락이든, ‘김씨 표류기’의 메시지든 하나만 좇아야 했다. 마중물도 마중물 나름이다. 15세 관람가. 98분. 손익분기점 220만 명. 총제작비 90억 원.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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