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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르제이의 스타일라이프⑩] 그때는 몰랐던 것들 “예쁘다 vs 예쁘고 편하다”

2020-02-24 10:32:13

“젊어서는 ‘지식’을 통해 배우고 나이가 들면 ‘지혜’를 통해 성숙해지는 것 같습니다”

지나간 20대를 회상하면 늘 ‘예쁨’이라는 말이 먼저 떠오릅니다. 기억 속의 저는 잘 꾸미고 폼나게 입길 좋아하던 미대생이었는데요. 옛날 사진을 꺼내보면 내추럴하고 편안한 모습의 김혜정이 없어 놀라곤 합니다.

어렸을 때는 예쁘고 싶은 마음만 앞섰지 그 방법을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예쁘게 입고 싶지만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몰랐고 예쁘게 화장하고 싶지만 메이크업이 뭔지 몰랐던 거예요. 영어를 안다고 해서 바로 말문이 트이지 않듯 예뻐지는 것도 공부와 연습이 필요했던 겁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던가요? 저는 제 인생의 첫 멘토인 ‘엄마’를 시작으로 마음 속의 롤모델을 따라하며 제 꾸밈새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일상 속 모든 사람이 교과서가 되고 선생님이 됐던 것 같아요. 이웃집 언니, 좋아하는 연예인, 친한 친구를 비롯해 세상의 모든 여자에게 ‘저 자신’을 투영(대입)해 봤던 것 같아요.

“하이힐을 신는 순간 소녀는 ‘여자’가 된다”는 말처럼 교복을 벗고 대학생이 되고 가장 좋았던 점이 바로 ‘마음껏 꾸밀 수 있는 자유’였습니다. 갖고 싶었던 화장품을 사서 화장대를 하나씩 채우고 굽이 뾰족한 하이힐을 신을 수 있다는 사실이 꿈만 같았습니다.

청바지와 티셔츠가 고작이었던 옷장에도 하나씩 짧은 치마와 화려한 원피스가 생겼고 책가방 대신 핸드백을 구경하러 다니는 날이 많아졌어요. 예쁘게 꾸민 날은 제 모습을 사진에 담으며 대학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땐 새롭고 예쁜 옷이라면 뭐든지 다 좋았습니다. 옷을 예쁘게 소화하려고 헤어스타일부터 화장까지 저 자신을 바꾸었지요. ‘스타일’을 위해서라면 몸의 불편함 즈음은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폼나는 패션이 활동의 자유보다 우선순위에 있었던 것 같아요.

“옷은 입을수록 가벼워지고 신발은 신을수록 편안해야 합니다”

어릴 적 갖고 놀던 마론인형처럼 ‘완벽한 세팅’을 추구했던 마음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옷에 치장과 장식이 많아질수록 감수해야 할 불편이 많아지더라고요. 실습이나 야간작업이 많아질수록 거추장스럽고 화려한 옷 대신 편안한 옷에 더 자주 손이 갔습니다.

그리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구색을 갖춰야 멋스러운 옷은 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더 멋지게 만들어 주는 ‘친근한 옷’이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부러 애쓴 티가 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러운 멋’을 느낄 수 있는 옷이 ‘진정한 패션’이라는 나름의 소신도 생겼죠.

저를 스쳐간 수많은 옷과 신발을 통해 배운 ‘패션의 기본’은 ‘편안함’과 ‘친숙함’인 것 같아요. 오랜 친구처럼 ‘정이 가는 옷’이란 입는 순간 가볍게 몸을 감싸는 ‘포근함’이 느껴져요. 마치 처음부터 제 것이었던 것 같은 ‘자연스러움’을 선물합니다.

벌써 마흔을 훌쩍 넘긴 아줌마가 됐지만 여전히 편안하고 친숙한 옷을 더욱 사랑합니다. 몸을 구속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여자의 선과 라인을 멋지게 표현해 주는 옷은 질리지 않아요. 오히려 입을수록 애착이 가서 오래 즐겨 입게 되었죠.

유니콘 벨르제이도 오래 입고 싶은 ‘아름다움+ 정이 담긴 옷’을 지향합니다. 누구나 부담 없이 입을 수 있고 계절이 바뀌고 여러 해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옷 말입니다. 어디서나 여자만를 위한 제 확신이 들어간 ‘진정한 현실패션’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간절하게 원하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결국 ‘꿈은 이루어진다’고 하잖아요. 여러분과 편안하고 아름다운 스타일로 소통하고 싶습니다. 그 옷을 상상하고 만드는 미래를 ‘꿈’꿔 봅니다.

패션&뷰티 크리에이터 김혜정 (벨르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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