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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즘이 하이패션을 만날 때

박찬 기자
2020-07-10 16:18:55

[박찬 기자] 2010년대가 지나고 수많은 디자이너 브랜드는 새로운 결심을 했다. 그건 바로 ‘브랜드의 대중화’ 및 ‘시그니처 라인 재정의’. 정통주의라는 이름만으로 브랜드를 이끄기에는 더없이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사회가 돼버렸다. 하이패션의 영역 안에서 본인만의 취향과 태도가 가장 확실하고 직접적인 요소인 셈.

그런 시점에서 ‘스포티즘(Sportism)’의 출현은 우리에게 신선하면서도 반가운 소식이다. 90년대부터 00년대까지 스트리트 컬처와 유니폼 웨어를 이끌었던 스포티즘은 그 이름만큼이나 존재감도 어마어마하다. 때로는 실용적인 스니커즈로 스타일링을 마무리하기도 하며, 기능성 소재의 이너 웨어로 조금 더 미래적인 분위기로 나아가기도 하는 것.

이윽고 콧대 높은 럭셔리 브랜드는 그들 스스로의 타이틀을 내려놓고 좀 더 ‘힙’한 파트너를 찾는 데에 여념이 없다. 매년 출시되는 ‘아디다스(Adidas)’와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의 컬렉션, 올 한해 뜨거운 화제를 모았던 ‘디올(Dior)’과 ‘나이키 에어 조던(Nike Air Jordan)’ 시리즈가 그 대표적 예시. 이번 기획 기사에서는 최근 놀라운 모습을 선사하고 있는 브랜드 3곳을 소개한다.

나파 바이 마틴 로즈, 이탈리아의 스포티함을 담아


이탈리아 캐주얼 레이블 ‘나파피리(Napapijri)’는 활동적인 디자인과 독특한 기능성 소재라는 강점은 갖고 있었지만 트렌디함이 다소 떨어진 상황이었다. 이러한 부분은 영국의 디자이너 마틴 로즈(Martine Rose) 컬렉션 웨어와 결합해 보완했다. 90년대 레트로 무드가 특징인 마틴 로즈는 유니크한 레이어드 룩을 연출해 그 특별함을 더했다.

한국 출신 포토그래퍼 신혜진(Heji Shin)이 촬영한 20년 봄, 여름 브랜드 단편 필름은 하이틴 캐주얼의 장면 같으면서도 어딘가 아이코닉한 느낌마저 든다. 영국의 해안 서핑 문화에 영감받았다는 이번 컬렉션은 짙은 색감과 과감한 오버 프린팅으로 다시 한번 그 영향력을 입증하고 있다. 세간의 평가는 물론 호불호가 갈린다. 그들 말로는 도저히 직접 눈으로 보기 전까지 예측할 수 없는 스타일링이라고.

어 콜드 월 그리고 디젤, 프린팅의 다원화


‘어 콜드 월(A-COLD-WALL*)’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무엘 로스(Samuel Ross)는 누구보다도 세심하며 욕심 많은 기획인. 기존의 브랜드 라인에서 데님 웨어가 그 강세를 발휘하지 못하다는 것, 타이다이 패턴에 대한 아쉬움 등 사무엘 로스가 ‘디젤(DIESEL)’과 손을 잡아야 할 이유는 이렇게나 많았다.

디젤의 데님 소재를 중점적으로 사용한 디자이너와의 ‘라인 레드 태그 프로젝트(Red Tag Project)’는 기존에 부족했던 워싱의 다채로움, 패턴의 다양성을 새롭게 풀이한다. 이 두 브랜드가 맞이한 신 테크웨어는 해체주의적 요소를 보이면서도 특유의 패턴을 통해 유스컬처 무드까지 선보일 수 있었다.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바이 알렉산더 왕, 청키함의 연속


이제는 마치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버린 듯하다. 그만큼 스포티즘 협업 컬렉션서 가장 뛰어난 두각을 드러내고 있으며, 하나의 심볼로 성장해 주요 고객층들도 생겨났다. 이들은 대부분 10대 후반 및 20대 초중반으로 스포츠 웨어를 좋아하지만 조금은 특별하고 귀중한 무언가를 원하며 바란다. 그런 소비자의 욕구를 아디다스와 알렉산더 왕이 곧바로 채워준 것.

기존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의 로고를 우스꽝스럽게 눕혀 놓은 점도 매우 새롭다. 이는 권위적인 브랜드 심볼보다는 필요에 따라서 그 로고를 움직이며 수정할 수 있다는 위트를 보여준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알렉산더 왕과의 협업 컬렉션인 만큼 콘셉트에 맞는 다양한 패턴이 돋보인다. 물론 그 시작점이 뉴욕패션위크 속 아이디어에서부터 기록되기 때문 아닐까. (사진출처: 어 콜드 월, 알렉산더 왕, 나파 바이 마틴 로즈, 고샤 루브친스키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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